[NaverBlog] 말 많고 탈 많았던 디아블로4 사전 예매 선 오픈, 그 첫 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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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발매 날짜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나서야 조금 관심을 갖게 됐지, 그 전까지 저는 디아블로4에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아니,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게이머들에 비해 그렇게 가슴 설레지 않았다고 말씀드려도 틀린 말이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바로 오늘 6월 2일 오전 8시, 사전 예매를 마친 유저에 한해 선 공개된 이 게임의 첫 날 후기는 그리 희망찬 분위기로 진행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애초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만큼 그 허들을 넘어선 부분들이 많긴 했지만, 그 반대로 그 낮은 커트 라인조차 넘지 못한, 아쉬운 점들 또한 적지 않아서 다가올 첫 시즌에 대한 걱정이 벌써부터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어떤 부분에서 좋았고, 또 어디에서 불만을 가졌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하니, 아직 구매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가볍게 함께 해주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아블로4는 사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총 다섯 가지의 클래스로 스타트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그 밸런스에 대해서는 선발대들이 어느 정도 정보를 공개해둔 상태였기에, 뭘 고를 지 그리 큰 고민이 되진 않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스탠다드에서 캐릭터를 다시 키울 용기가 없었던 만큼 초반 진행이 다소 아쉽지만 엔드 게임에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고 알려진 드루이드를 선택했습니다. 어… 일단 커스터마이징은 진짜 많이 개선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디아블로2 리저렉션보다 미형에서 더 멀어진 느낌이 강하게 드는,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에 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제가 RPG를 하면서 여캐를 버린 게 얼마 만인지 참. 뭐, 근데 이건 게임의 철학이 그러하다니 뭐 그냥 이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를 해보자면, 기본적으로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 많았지만 특유의 다크한 분위기와 밀도 높은 스토리 전개는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났는데요. 아주 인상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폄하할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며녀 오픈 월드로 이루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경험해 나가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전투는 진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 타격감 좋고 시각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하는데, 일단 호흡이 너무 길어서 피로감이 쉽게 오더라고요. 그렇다고 그 손맛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이냐? 그건 또 아닙니다. 게다가 개발진들이 핵 앤 슬래시보다는 ARPG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해주겠다고 밝혔던 것처럼 많은 몬스터를 시원하고 쓸어버리는 느낌보다는 강력한 적들을 한 땀 한 땀 잡아 나간다는 인상이 강했는데요. 당연히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저는 이게 너무 어색했습니다. 저도 보스 레이드를 비롯하 강한 적을 공략하는 걸 즐기는 유저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패턴이 난해하지도 않은 주제에 체력은 말도 안되게 높아서 보스전만 5분 10분씩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질 정도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던전에 입장하는 것도 꺼려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도망치거나, 캐릭터의 이동에 제한을 주거나, 밀쳐버리거나, 혹은 장판 위에서 공격하는 등, 플레이어의 재미를 고려했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쉽게 죽지 않으려는 패턴들로 무장하고 있어 때로는 불쾌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이런 건 그냥 플레이어의 취향 문제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릴리트의 제단’ 만큼은 정말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도 용납이 안되더군요. 이런 수집 시스템? 비단 디아블로4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이 게임에도 꼭 이런 시스템을 넣어야 했을까요? 아니, 이 게임 시즌제잖아요. 현재 공개된 것만 100여개가 넘어가는 제단을, 이 넓은 오픈 월드 맵에서 하나하나 찾아 가면서 활성화를 시키는 것이 플레이어 입장에서 알마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지 몰랐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근데, 이게 하드 리셋의 대상이 되어서 매 시즌마다 다시 해줘야 한다는 건 더 큰 문제죠. 저는 처음에, 엔딩까지의 플레이 타임을 150시간으로 내다본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과장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부족할 정도로 쓸데 없는 곳에 써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이 또한 선택적인 시스템인 만큼 액트만 진행하면 하루, 이틀에 다 밀 수 있다고 하는 의견도 맞는 말이죠. 근데, 이거 다 합치면 어마어마한 스탯을 주는 거라, 일찍 하든 늦게 하든 결국 다 해야한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명망 시스템 때문에 서브 퀘스트나 돌발 이벤트도 웬만하면 다 클리어를 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선택이라고 하기엔 스킬 포인트나 물약 최대치 등을 늘려주는 보상이 포함되어 있어 언젠가는 반드시 다 완수를 해야만 하죠. (이것도 시즌 리셋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와, 진짜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이건 게임이 어떻고를 떠나서 그냥 근본적으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디아블로에 뭘 기대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네, 저는 그 누구보다 게임에서 만큼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그나마, 가장 우려했던 스킬과 정복자 시스템은 의외로 괜찮았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습니다. 또한, 위상과 아이템 시스템도 엔드 게임에 이르러서는 꽤 재밌게 작동할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더 아쉽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했지만 결국 엔드 게임 컨텐츠만 잘 만들어져 있다면 플레이하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잘 만든 게임이다.’, 혹은 ‘재밌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 거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의지를 꺾어버리는 쓸데 없는 시스템들로 인해 그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디아블로4의 첫 날 플레이 후기를 함께 해봤습니다. 뭐, 기대를 크게 안했다고 얘기했지만, 작성을 하다 보니 그 누구보다 디아블로4에 진심이었던 사람처럼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 크게 역정을 내고 말았네요. 이런 걸 보면 계속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해도 저는 여전히 블리자드의 팬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일단 스탠다드에서 엔드 게임 레벨 까지는 계속 플레이를 이어 나갈 생각은 꺾이지 않았는데요. 그런 만큼, 다음 시간에는 오늘처럼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담긴 후기가 아닌, 제대로 된 리뷰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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