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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리 전제를 깔아놓고 이야기할게요. 전 디아블로 시리즈의 팬은 아닙니다. 디아블로를 처음 접한 것은 3편이었고요. 2편의 리마스터를 플레이 할 때는 솔직히 그닥 재밌다는 감상은 못느꼈습니다. 그런 제가 4편을 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3편이 재밌었으니까 4편도 재밌겠지” 근데 플레이 한 후기는… … “흠???” [1] 스토리 릴리트가 인간을 악에 물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걸 막는 스토리입니다. …… 너무 간략하게 설명했나요? 사실 깊게 들어가면 좀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스토리가 약간 산으로 간다든지 하는 느낌이 들긴 하나, 나름 스토리가 재밌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수동적이며 쓸데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단 스토리의 진행 자체가 릴리트와 상호작용하는 것 보다는 릴리트의 흔적을 쫓아가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스토리에 직접 개입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단순히 스토리에 끌려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디아블로3에서 플레이어는 수차례 네임드급 악마들과 상호작용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릴리트의 흔적으로 과거에 릴리트가 행한 행동들을 비디오 감상하듯 보는 것은 많이 맥 빠지는 진행이라 할 수 있겠죠. 스토리상으로 굳이 필요한가 싶은 쓸데없는 요소가 많은 것도 맥빠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전작에 등장했던 npc를 재등장시켜서 추억팔이를 하는 요소들도 몇개 보였습니다만, 전작을 안해본 사람 입장에선 굳이 필요한가 싶은 내용들이었습니다. 굳이 없어도 될거같은 요소들을 꾸역꾸역 넣은 이유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단순히 메인스토리 진행의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수작이 아니었나 싶네요. 메인스토리는 깊이감 있는 몰입도를 보여줘야 함에도 쓸데없는 요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이야기를 질질 끌어 게임의 몰입도를 낮춘 점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npc의 행동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가 많았습니다. 전혀 뜬금없는 상황에서 돌연사 하는 npc도 있고, “아니 거기서 왜 크툰을?”같은 느낌의 행보를 걷는 npc도 있었습니다. 게임 스토리에 몰입하려면 무언가 납득이 가능한 이야기 진행이 있어야 하는데, 캐릭터들의 행동이 매끄럽지 못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개발자가 “아, 뭔가 여기선 슬픈 장면이 있으면 좋을거 같은데? 아! 이 npc를 죽여버리자”같은 생각으로 쑤셔놓은 스토리 말이죠. 스토리를 중시하는 제 입장에선 너무 아쉬운 스토리입니다. 전작과는 다르게 이 게임은 서브스토리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근데 부피만 커졌고 실속은 전혀 없네요. 단순한 심부름 퀘스트같은 애들만 줄줄 있고, 딱히 깊이있고 매력있는 스토리의 퀘스트는 없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런 서브퀘스트도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도록 설정을 했다는 겁니다. 차라리 서브퀘스트는 경험치 보상만 넣어놓고 서브퀘스트의 양을 확 줄이고 질을 높였더라면 서브퀘스트의 평가가 나쁘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2] 전투 전작과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잡몹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플레이어는 그런 적들을 광역스킬을 통해 지워버립니다. 네임드 몬스터나 보스몬스터는 눈에 확 띄는 공격들을 피하며 플레이하게 되고요. 전형적인 핵앤슬래시 장르의 전투스타일입니다. 강한공격을 하면 화면이 흔들린다든지 소리가 박력있게 터진다든지 하는 타격감도 괜찮은 편이고 확실히 전투는 재미있습니다. 앤드컨텐츠로 가게 되면 계속 똑같은 전투를 반복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건 핵앤슬래시 장르 자체의 단점이니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대신 핵앤슬래시에서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주 파격적인 옵션의 아이템을 드랍하고, 플레이어는 그 아이템을 먹고 템셋팅이나 스킬 세팅을 고쳐가며 새로운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정작 그 유니크한 템들의 옵션이 너무 심심하네요. 네, 옵션이 너무 심심합니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 유니크 템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휴지나 다름없다”는 표현이 맞을거 같네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레이저 1발 공격이 아이템 하나로 3발 공격이 된다든지, 아이템 착용으로 공격속도가 2~3배로 올라간다든지 하는 강력하고 재미난 장난감들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이 단점은 추후 dlc와 시즌 업데이트를 추가하면서 점점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아마 2025년 쯤 되면 꽤 많은 아이템이 추가되어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라 추측하는데… 일단 지금은 좀 아니네요. [3] 오픈월드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다르게 오픈월드를 강조했습니다. 아주 큰 하나의 맵에서 모든 행동을 다 한다는 거죠. 어찌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시도인데, 결과적으로 그 시도는 실패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하나마나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지역과 지역 사이를 넘어갈 때의 로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살짝 독특한 점은 지역을 돌아다닐 때 같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을 마주치는 재미? “아, 쟤들도 나처럼 게임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 외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픈월드이기에 할 수 있는 장점들도 존재합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열심히 사냥하는 사람들 돕는 것은 꽤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또는 반대로 제가 사냥하는 중에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 게임은 온라인게임처럼 경험치 스틸이라든지 아이템 스틸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전투 중간에 난입하면 경험치 버프를 주는 혜택에 있기에 게임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냥 중 난입을 권장합니다. 이 부분은 디아블로4만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 장점이 오픈월드의 유일한 장점이라는 것이 좀 아쉽네요. 오픈월드를 만듦으로서 넓은 맵에 무언가 놀 거리를 채워넣는 것은 개발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수집요소와 서브퀘스트… 이것들을 완료하면 캐릭터의 스텟이 올라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데, 캐릭터 육성에 진지한 분들에겐 꽤 거슬리는 요소가 될 것 같네요. 핵앤슬래시의 시원한 손맛을 느끼려 왔는데, 실제로 하고 있는건 말 타고 수집요소 모으는 짓을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좋은 기분은 들지 않겠죠? [4] 1~2년 더 묵히면 재밌을 게임…일까? 디아블로4는 지금 당장을 바라본 게임이 아닙니다. 길게는 5년 넘게 유지보수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자 만든 게임입니다. 일단 확장팩이 나오는건 기정사실이고, 메인스토리도 전혀 완결나지 않은 애매한 상태에서 끝나버렸죠. 게임 아이템은 시즌이 나올 때마다 계속 조금씩 추가될거고, 단점들은 추후 꾸준히 수정될 겁니다… 근데 저희는 그런 게임을 부르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바로 “얼리억세스 게임”이라고 하죠. 네, 디아블로4는 얼리억세스 게임입니다. 게임이 아직 덜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냥저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만, 게임을 진짜 재밌게 즐기려면 지금 사는게 아니라 1~2년 쯤 더 기다렸다가 사는게 좋을 듯 합니다. ps. 근데 이 게임은 1~2년이 지나서 완성이 될 지 솔직히 모르겠네요. 확팩도 1개가 아니라 2~3개는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