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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 엔딩 후 캡쳐한 플레이타임. 내 닌텐도는 젤다 머신 맞다ㅋㅋ 둘 합쳐서 500시간이네. ㅋㅋㅋ 엔딩 보고 또 왜 며칠이나 지나 이제야 쓰냐면 짬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_^ 현생사느라 바빠영 아무튼 모험일지에도 질릴 정도로 썼지만 왕눈은(물론 야숨도) 진심 미친 게임이었다. 살짝 과장해서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영감과 감동을 주는 컨텐츠를 다시 만날수 있을까 싶을 정도. 플레이하는 내내 제작진 모두가 완벽한 장인 정신으로, 게다가 즐겁게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분명히 행복했겠지. (당연히 힘들기도 했겠지만!) 실제로 아오누마 에이지였나 누가 한 인터뷰를 언뜻 봤는데, 실무자들이 웃으면서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좋아서인지 미쳐서 웃은 건지는 모르지만 ㅋㅋ 확실한 건 둘중 어느쪽이더라도 흐리멍텅한 동태 눈이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몰입을 하며 만들었다는 거겠지. 이런 게임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닌텐도라는 집단이 새삼 궁금해졌다. 그들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어오고 있는지도. 썩어서 무너지기 직전인, 차마 눈뜨고 보기도 흉칙한 조직에 몸담고 있어서(딱히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그 썩은 곳에서 월급 받는 직장인이니까^_^) 더욱 이 미친 회사가 다르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ㅎㅎ 1. 왕눈은 야숨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야숨을 겪은 사람은 왕눈을 하면서 (아마 왕눈이 처음일 사람보다 훨씬)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왕눈을 하면서 무척 기뻤다. 왕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야숨에서 마왕을 물리치고 난 뒤의 거대한 후일담이었다. 야숨의 엔딩도 완벽했지만 엔딩 후의 평화로워진 세계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왕눈은 그 마음을 상당히 채워주었다. 재건이 시작된 하이랄, 복작복작 살아가는 사람들, 학교가 세워지고 그 안에서 배우는 작은 아이들, 젤다의 집이 된 링크의 집까지 ㅎㅎ 무엇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곳곳에 놓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젤다의 비석까지도. 여전히 마왕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하이랄은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게 야숨 용사의 입장에서(ㅋㅋ) 무척 기쁘고 감사했다. 이만큼 이 세계에 몰입하게 만든 것도 생각해보면 새삼 미친 게임이지. 2. 왕눈에서는 야숨의 외로움과 황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기억을 잃고 깨어난 야숨 링크의 눈앞에 펼쳐진 건 황량해진 대륙이었다. 그곳에서 용사는 내가 누군지도,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세계에 적응하고 싸우는 방식을 배우고 또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내가 야숨에서 느낀 지배적인 감정은 재미를 제외하면 외로움이었다. 이 황량한 세계에서 기억도, 과거의 동료들도 모두 잃은 채 혼자 마왕을 잡아야 한다니 ㅠ_ㅠ 너무 절망적이지 않나요. 근데 사람의 밀도가 희박한 자연은 또 말도 안되게 아름답고, 그 장엄한 자연 속에서 철저히 혼자인 그런…! 야숨에서 진짜 외로움 절정이었을 때가ㅋㅋ 겔드쪽 탐험할 때였다. 내내 날은 맑고 땅은 황량한데다 몬스터도 별로 없는데, 차라리 몬스터라도 어디서 나와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카시와의 음악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왕눈에서는 그런 외로움과 황량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물론 야숨이 안 좋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ㅋㅋ 그 정서가 없었으면 야숨은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므로) 왕눈에서는 어디를 가도 npc들이 보였다. 아니 여기도 있어? 싶을 정도였던 에디슨과 배낭 메고 낑낑대던 코로그는 물론이고, 말을 타거나 그냥 돌아다니는 여행객들도 많이 마주쳤다. 그게 뭐랄까, 재건되고 있는 하이랄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또 반갑고 마음이 좋았다. 아, 야숨 같은 황량함은 아니었지만 게임 초반 지저에서는 막막하고 피폐한 감정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게 게임인데도 하늘과 햇빛을 못 보니까 우울해. 게다가 완전히 컴컴하니까 이게 맞나?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이 절벽 계속 오르는 게 맞아? 하며 계속 의심하게 되고. 어디서 몬스터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은 긴장감도 더해져 진짜 초반에는 힘들었었다. 아무튼 그렇게 컴컴한 지저에서 뿌리 밝히면 또 얼마나 뿌듯하던지. 한치 앞도 안보이는 게 내 인생 같네?ㅋ.. 근데 링크는 꿋꿋이 파마의 뿌리를 찾아내 밝혔으니 내 인생도 이랬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ㅋㅋ 그나저나 진짜 햇빛이 중요하긴 한가보다. 초반에 피폐한 기분 실컷 느끼고 나서, 지저는 되도록 (현실시간)낮에 갔었다. 지저나 동굴처럼 해 안들고 우중충한 곳은 낮 탐험이 나아… 3. 확실히 모든 면에서 전작의 업그레이드였다. 왕눈에서는 하늘섬+지저가 더해지며 게임의 세계가 엄청나게 확장됐는데, 야숨에서 하늘이랑 지저가 없었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계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게다가 모험할 때도 하늘-지상-지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예를 들어 하늘에서 찾아낸 낡은 지도의 표시는 지저로 가서 찾아야 된다든지, 여신상 퀘를 수행하려면 지상에서 지저로 가야 된다든지, 다른 구역의 파마의 뿌리를 밝히려면 무조건 깊은 굴을 통해서 가야 한다든지. (초반에 이거 몰라서 계속 끝도 없이 절벽타고 몇 시간을 허비했었음 ㅋㅋ) 로미성도 지상-하늘-지저 순으로 다 깨야 한다거나. 파밍도 물론이었다. 폭탄꽃 혼란꽃 연기버섯은 지저에서밖에 안 나는데 너무 유용해서, 쪼렙이어도 ㄷㄷ하며 지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근데 지저에서 깨진 하트는 지상으로 못 나오면 어떻게 수복한다? 하늘의 해품이꽃 음식으로! 이런 식으로 메인 퀘가 벌어지는 무대인 지상이 아니더라도 하늘도 지저도 소홀히 할 수 없었고, 세 군데를 모두 부지런히 오가야 해서 너무 재밌었다. 스크래빌드는 또 어떻고 ㅎㅎ 무기와 소재 조합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재밌었다. 나는 효율성 추구자라 그냥 중반부터는 실버라이넬 소재들만 붙였지만ㅋㅋ 이것저것 조합 실험해보는거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눈 돌아갈 것 같더라. 이것저것 부품 조합해서 뭔가를 만드는 크래프트의 도입도 혁신적이었다. 유투브 보면 진짜 말도 안되는 거 만들어서 가지고 노는 플레이어들도 많이 보이더라.ㅋㅋ 아주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조립이나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요소였다. 나는… 일단 이쪽에는 크게 흥미 없는 것만 확인했지만 ㅋㅋㅋ 아무튼 인터넷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 보고 인류는 이렇게 진보해온 거구나를 느꼈었다 ㅋㅋㅋ 게다가 지상에서도 동굴, 우물처럼 추가로 돌아다닐 곳들이 잔뜩 생겨서 문자 그대로 할 게 너무너무 많았다. 야숨도 볼륨에 놀랐었는데 왕눈은 진짜 헉 소리 나올 정도였다. 그게 또 너무 좋았다. 왕눈이 야숨 7년 후에 출시된 거라던데, 진심 제작진들이 7년동안 법카만 쓰고 쳐 놀던 월급루팡이 아님을 완벽히 증명했다 ㅋㅋ 4. 사당(+신전) 난이도가 맘에 들었다. 야숨 때는 제법 공략을 많이 보고 깼는데, 왕눈의 사당은 몇개를 제외하면 거의 공략 안 보고 깰 수 있을 만큼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이건 개취겠지만 ㅋㅋ 너무 컨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퍼즐보다 직관적으로 딱딱 풀리는게 좋아서, 왕눈의 난이도는 적절하게 느껴졌다. 나는 퍼즐보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ㅋㅋ 신전도 각 속성과 지방에 어울리는 기믹을 배치해 놔서 너무 즐거웠다. 비록 신전은 스겜을 위해 반 이상 공략 보고 깼지만 ㅋㅋ 그래도 야숨보다는 훨씬 공략 덜 봤다규 ㅋㅋ 또 뭐 있지? 플레이할때는 잔뜩 써야지~ 했는데 막상 쓰려니 바로바로 생각이 안 나네. 계속 추가해서 쓰겠음. 아무튼 젤다의 전설은 야숨 왕눈밖에 안 해봤는데, 스소나 뭐 다른 이전 시리즈에도 관심이 간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도! 거듭 이 게임을 할 수 있게 알맞은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한 마음이다. 컨텐츠를 만든다면 이런 수준과 이런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야 세상을 감동시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 잊지 않고 나도 계속 힘내서 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