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Blog] [240313 게임과 현실의 괴리] 32. 평화의 괴리 (Feat.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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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글] [230106 게임일기] 213. 전력을 다하지 않는 악당에 대해 (링크) 게임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의 주된 목표는 크게 2가지. 실종된 젤다 공주를 찾아 구하는 것, 부활이 가까운 마왕을 찾아 쓰러트리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완수하지 않으면, 붉은 보름달이 뜰때마다 세계 각지에 쓰러졌던 몬스터들이 부활하며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게임 속 세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평화롭다. 먼저, 몬스터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적극적으로 쳐들어가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특성을 잘 살린다면, 그럴 의지를 가지도록 마왕이 명령했다면 – 언제든지 모든 인간을 멸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 무엇보다, 각지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습격해도 기절만 시킬 뿐, 죽이지 않는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플레이 하면서 죽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주인공인 링크 이외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주인공이 분발해서 움직이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불편한 문제들이 해소되기 시작한다. 모래폭풍을 잠재우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진흙을 해결하고, 일부 마을사람들이 걸린 정신지배를 풀어준다. 그럼에도 마왕은 움직이지 않는다. 주인공이 마왕 앞에 서지 않는한, 마왕은 부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이기는 커녕, 움직이지만 않으면 언제까지고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정도 모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것도, 내가 마왕 앞에 서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여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거니와,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즐긴 뒤에 도전해도 된다. 모든 사당을 다 둘러보며 힘을 되찾고, 보물상자 센서 돌리는 트레져헌터도 되보고, 하늘 이곳저곳의 풍경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울트라핸드를 이용하여 각종 공예품도 만들며 노는 동안 -> 내 누적 플레이 시간이 325시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붉은 달 역시 수십번 지나갈 정도의 세월이 흘렀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불현듯, 이것은 일종의 ‘평화로운 상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마왕 앞에 서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마왕이 부활하고, 규모가 큰 전투와 파괴가 일어나게 되면서 ->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주인공이 죽으면 세계에 파멸이 찾아오고, 주인공이 마왕을 쓰러트리면 엔딩을 보게되면서 -> 마물이 없어진 평화로운 세상을 주인공이 만끽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조작 불능 + 화면도 안띄워줌) 마을 사람들은 더 없는 평화로움에 감사하겠지만, 플레이어가 더 놀기 위해서는 ‘마왕이 부활하기 전’의 상태로 (로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 ‘링크’는 평화를 바라며 행동하는 정의의 사자일지 몰라도, 그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모험을 위해 필요하다면 평화도 깰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니까. 이런 형태를 가진 게임들은 대게 ‘액션 / 어드벤처 / RPG’ 키워드를 가진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움직이지 않으면 [사건과 관계된] 시간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이 행동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 미래에 일어날 많은 사건 사고가 예방된다. 어쩌면 플레이어에게 있어 평화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부분에 있을지도 모른다. 게임의 흐름에 휩쓸리거나 강제되지 않아도 되고, 그 사이에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맛볼 수 있게 된다. 스토리 상으로는 급박하게 소리치는 NPC 들이 여럿 보여도, 저 너머에 보물상자가 보이면 그것을 우선해도 아무 문제 없다. 그렇게 행동해도 서운한 소리 내는 사람도 없다. 현실의 경우.. 잠깐 멍때리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 시시각각 상황은 급변하고 / 내 눈이 닿지 않은 곳에서 여러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 해결된다. 거기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도 짧다보니, 필요한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순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번복할 수 없고, 더 나은 환경과 발전을 위한 목적하의 선택이 날마다 찾아온다. 게임 세계에서는 그런 주박으로부터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가장 우선 순위라고 해도 될 정도의 ‘세계의 평화’조차도, 플레이어 앞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플레이어 스스로 평화를 정의할 수 있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게임 세계에는 있다. 그것이 재미의 원천, 게임이 내포한 수많은 매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본문은 Stove Indie 커뮤니티 / 네이버 블로그에 동시 업로드 하였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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