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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방대한 볼륨 워킹맘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아이를 재우고 난 한두 시간인데 그마저도 아이와 함께 기절하는 날도 많고 해서 매일매일 하지는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출퇴근 시간에 버스 안에서 게임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TV 화면으로 즐기는 게 더 좋아 집에서만 플레이했다 (그리고 버스안에서 까지 게임하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 엔딩 보는 게 아쉬워 이리저리 더 돌아다니다가 날 잡아서 보스 잡고 플레이 타임을 확인했을 때 100시간 정도 됐으니, 한두 시간씩 4달 정도에 걸쳐 엔딩을 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못 간 지역도 많고 하늘이랑 지저를 많이 못 돌아다녀서 100시간 정도 더 플레이할 수 있을 듯하다. 다른 AAA급 게임들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플레이 타임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무의미한 퀘스트깨기나 지루한 이동으로 채워져있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다양해진 야숨 사당 하나 발견해서 가다 보면 저 멀리 연기 피어오르는 마구간이 보이고, 마구간에 가면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 깨러 가보면 동굴이 있고 동굴로 들어가 보면 장비가 나오는, 그러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있는 기존 탐험의 매력은 야숨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거기에 더해, 야숨이 맨몸으로 하이랄 왕국을 xy축으로 구석구석 누비게 만들었다면 전망대에서 하늘로 점프업하는 기능과 트레루프 기능이 추가되면서 그 영역이 하늘과 지저로 확장되어 z축으로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하늘에서 프리폴로 지저까지 떨어지는 경험은 실제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안겨줬다. 지상에서도 동굴과 우물이 추가되면서 그 심도가 더욱 깊어졌다. 새로 추가된 스크래빌드 기능으로 창의력 똥망인 아줌마는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물건들만 만들었지만 창의력 대장 플레이어들은 기상천외한 것들을 만들며 또 다르게 게임을 즐겼을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야생의 숨결을 하면서 처음 받았던 충격(이게 가능하다고? 이걸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만큼은 아니었고, 이는 후속작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야숨을 먼저 플레이했다면, 야생의 숨결에서 만났던 캐릭터들,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다시 마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공주는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하는가 오랫동안 젤다 시리즈를 즐겨온 팬으로서, 이번 왕눈을 고대하면서도 젤다 시리즈가 언제까지 뻔하디 뻔한 ‘공주 구하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는 의구심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마왕에게 붙잡혀 성에 갇힌 채 용사가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공주라니, 플레이 자체가 아무리 즐거워도 스토리가 이렇게 구시대적이어서야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기 힘들 텐데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왕눈의 젤다는 내가 예상했던 그런 수동적인 공주가 아니었다. 링크와 다른 시간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마왕과 싸우고, 자신을 희생해서 그 의지와 희망을 만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의 링크에게 전달한다. 그렇게 젤다는 자기희생으로 마왕을 토벌하고, 과거와 미래의 하이랄을 구하고, 결국 자신까지 구원하게 된다. 디즈니의 라푼젤이 스스로 머리를 잘라 마녀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힘을 깨닫고, 안나가 엘사를 대신해 칼을 맞으려고 하면서 결국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고 엘사를 해방시켜 디즈니 공주 프랜차이즈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것처럼 젤다는 비석을 삼키며 용이 되고, 링크에게 전달한 능력인 리버레코로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옴으로써 젤다 시리즈를 한층 더 높은 레벨로 끌어올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진정한 ‘젤다’의 전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이상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 왕눈이 내 생각을 뛰어넘었던 것 처럼 앞으로 계속 계속 전작을 뛰어넘는 시리즈가 출시되어 5년 뒤, 10년 뒤, 언젠가 아들과 함께 하이랄 왕국을 누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들과 하이랄왕국을 탐험할 날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