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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디아블로4가 출시됐다. 중학생 시절 발매된 디아블로2를 레저렉션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즐겼던 터라 매우 학수고대해 왔다. 디아4를 통해 지난 디아3의 실망을 만회하기를 바랐고 처음엔 그랬다. 출시 이후 3개월간 오랜만에 집중해서 즐겼으며 만렙까지 찍어가며 열심히 플레이했다. 허나 플레이를 거듭해 나갈수록 어딘가 모를 아쉬움들이 더 커져만 갔다. 왜 그럴까…? 전문가도 아니고 게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순수한 유저의 마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짚어나가 보려고 한다. 반응형 1. 게임 플레이 1) 불편하기만 한 오픈월드 넓고 매력없는 오픈 월드 블리자드에서 이번 디아블로 출시를 앞두며 오픈월드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오픈월드를 통해 다른 유저를 만나고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이와 같은 오픈월드의 요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필드는 넓어졌지만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하면 렙업, 아이템 습득, 문양 강화 어디에도 도움 되지 않기에 필드로 나가지 않는다. 그나마 지옥 물결이나 군단 이벤트, 야외 우두머리 이벤트에는 다른 캐릭터와 함께 필드 사냥을 할 수는 있지만 시간당 경험치나 아이템 등 습득 요소를 따져보면 악몽 던전이 훨씬 낫다. 또 액트구분 없는 오픈 월드는 육성 초기 캐릭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디아 2에선 액트 1에서 액트 5까지 액트를 깨 나가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간다. 각 액트 내에선 마을에서 시작해 액트 보스에 이르는 여정동안 하나의 직선을 따라가며 성장을 해나간다. 이렇게 내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느낄 수 있지만 오픈 월드에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오픈 월드와 레벨 스케일링 요소를 통해 어디서 사냥하든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면서 성장하고 그러면서 몰입해 나가는 플레이적 재미 요소를 앗아갔다. 2) 매력없는 몬스터들 디아 2의 베넘로드가 그리워지는 무매력 몬스터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디아블로2에서 가장 좋아한 필드는 액트 4의 카오스 생츄어리였다. 디아블로가 살고 있는 곳 답게 어둡고 음침한 배경 곳곳에 불구덩이가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베넘 로드와 오블리비언 나이츠는 멋진 외형으로 나의 시각을 만족시켰고 저주를 걸거나 불을 뿜는 등 다양한 기술로 게임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켰다. 하지만 디아블로4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너무 매력이 없다. 릴리트가 악마의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왔다는데 필드에 나가서 만나는 몬스터는 곰, 늑대 뱀이다… 매우 자연친화적이다. 야생동물 보호법에 걸리지 않을까 싶다. 또한 식인종이나 방화범, 좀도둑, 이교도 등을 사냥한다. 음… 사람을 잡아도 되는건가 ? 더 혼란스럽다. 대악마가 왔다는데 야생동물과 사람들을 잡는 게 말이 맞나 싶다. 악몽 던전에 들어가도 큰 변화는 없다. 이제는 식상한 해골이나 늑대인간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며 새롭고 신선한 몬스터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게임 내 모든 몬스터가 매력적일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 디아블로 4의 몬스터들처럼 하나같이 매력 없는 게임이 또 있을까 싶다. 3) 잡몹과 보스몹의 밸런스 조절 실패 일격 필살 잡몹과 시시한 보스 이번 게임에서 내가 느끼는 큰 불만 요소 중 하나는 잡몹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80단 이상 고단을 플레이 하다보면 언제 누구한테 어떻게 공격을 당했는지도 모르는데 의문사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해골 시체 활은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다. 활을 쏘는 원거리 공격은 내가 발견하기도 전에 날 조준하고 발사하며 100렙에 아이템 위력 800이상 세팅, 사용 문양 21단 풀강화를 마친 캐릭도 즉사하거나 딸피로 만든다. 이 외에도 해골 도끼병이나 뿔 엄니 돌격수 등도 일격필살기를 사용하며 ‘말벌’따위의 독침 연사는 순식간에 딸피로 만든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잡몹을 이겨내고 마주한 보스는 말 그대로 ㅈ밥이다. 피통만 조금 클뿐이지 공격 패턴이나 위력은 시시하다. 이쯤 되면 누가 보스이고 누가 잡몹인지 모르겠다. 게임에서 잡몹이 강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사실상 최종 엔드 세팅을 마친 캐릭터가 잡몹의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건 확실한 문제다. 아무리 100단 악몽 던전이라도 캐릭터 역시 그에 맞게 방어 위주의 아이템과 정복자 노드 세팅을 했음에도 이런 한 발에 죽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이번 디아블로 4는 몬스터나 캐릭터 모드 공격 시 시청각적 이팩트가 지극히 제한적이라 이런 일격필살기는 더 말이 안 된다. 보지도 않는 몬스터의 소리 없는 한방에 100 렙 캐릭터가 누웠을 땐 도전의식이나 성장에 대한 의욕보단 허무함만이 밀려온다. 몇몇 유튜버들은 지금 악몽던전 100단이 너무 쉬우며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한다. 쉬운 건 동의한다. 하지만 난 오히려 더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몽던전은 엔드콘텐츠가 되어선 안되며 정복자 강화를 위한 중간 단계여야만 한다. 던전 레벨을 올리며 캐릭터도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돼야 하며, 지금과 같은 강력한 잡몹과 시시한 보스몹의 역전 현상을 수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불편하기만 한 게임 내 요소들 마을은 NPC의 비효율적인 동선, 호객행위 같은 사이드 퀘스트, 부족한 창고… 하… 인간적으로 마을이 너무 불편하다. NPC들 간에 거리가 너무 멀다. 굳이 무기/방어구 상인을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창고는 또 왜 한쪽 구석에 처박은 건지… 상인이나 수리공만큼 자주 찾게 되는 비술사 또한 이들과 너무 멀이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 한번 가게 되면 여기 갔다 저기 갔다 계속해서 반복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다. 캐릭터터를 생성해서 메인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 수가 너무 많아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250개가 넘는 사이트 퀘스트들이 여기저기서 파란 느낌표를 달고 나에게 호객행위를 하는데 본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방해할 뿐이다. 또한, 퀘스트 진행 간 대부분이 특정 아이템, 재료 수집이나 몬스터 사냥에 그치며 퀘스트를 받고, 진행하고, 완료하는 동안 먼 거리를 오고가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래서 몇번은 사이드 퀘스트를 싹 밀려도 도전했지만 이내 곧 포기하게 된다. 전체 사이드 퀘스트가 몇개이며 완료/미진행 퀘스트 현황이 어떤지 알려주는 목차가 없는 점도 불만이며 일부 몇몇 퀘스트는 특정 구역 내에서 랜덤에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완료하기가 더 어렵다. 이번 디아블로도 역시 인벤토리가 부족하다. 캐릭 내 소지품 칸 외에 창고에 추가적으로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으며 이 창고 용량은 5개까지 확장이 가능한데 이 5개는 캐릭 당이 아니라 계정 내 공유이다. 그래서 캐릭터를 키우다 보면 이내 곧 창고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이번작의 특징인 위상 시스템으로 인해 재료 아이템과 위상 두 가지 모두를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 외에도 보석도 인벤토리 부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작엔 아직 참도 안 나왔는데 만약에 참까지 향후 구현된다면 얼마나 더 창고가 부족할지 모르겠다. 5) 너무 짧은 시즌 시스템 시작부터 3개월 시한부 인생 이번 디아블로 4에선 시즌제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기존 디아블로 2에도 있던 래더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기에 이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그 운영 기간이 3개월로 너무 짧다. 디아 2의 래더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각 기수별 래더를 진행했기에 시즌 길이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 각 시즌 내용을 파악하고 시즌 아이템 및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서 캐릭터를 육성하는데 3개월은 너무도 짧다. 또한 이번 디아 4의 문제점 중 하나인 잦은 너프/버프 패치는 시즌 내 일관성 있는 캐릭터 육성을 방해한다. 해당 시즌 서버가 아니라 영원서버에선 기간 제한이 없는 캐릭터 육성을 즐길 수 있지만 빌드 공략도 올라오지 않으며 시즌 아이템도 사용할 수 없는 영원서버는 그 매력이 너무 떨어진다. 디아블로는 하나의 캐릭터만 키우기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여러 가지 빌드를 이용해 육성하는데 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같은 야만용사라도 사용 스킬과 아이템에 따라 수십/수백 가지 빌드가 나올 수 있으며 또 같은 스킬과 아이템 안에서도 그 가짓수가 무수히 많아진다. 이렇게 다양한 빌드 연구를 위해선 충분한 시간은 필요조건이다. 게임 내 캐릭터 스킨을 제외한다면 꾸준한 수익 모델이 없는 디아블로의 특성상 짧은 시즌 운영으로 배틀패스를 판매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블리자드의 계획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더 매력 있는 캐릭터 스킨을 팔아라. 지금 스킨들은 솔직히 너무 구리다.